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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0
호
성적지상주의 엘리트체육 정책의 산물
체육계 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 과거부터 현재까지 쉬쉬하던 체육계의 부조리(폭력 및 수직적 구조)가 있었다. 최근 심석희 선수의 용기있는 발언으로 그 문제점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체육계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변화 방향을 모색해보자. 지속되는 체육계의 부조리 최근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용기 있는 폭로로 체육계 부조리 문제가 세상 밖으로 알려졌다. 심석희 선수는 최근까지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감춰져있던 체육계의 성폭력 및 폭력 피해가 잇따라 폭로되며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체육계의 심각한 폭력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펜싱과 배구 국가대표 코치가 선수를 구타한 사건 등 지난 3년간 ‘스포츠 인권센터’로 59건의 폭력사건이 신고 접수되었다. 그동안 계속된 체육계의 부조리가 있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심석희 선수의 폭로 이후 체육계에서 “나도 피해자다”라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는 체육계 성폭력 문제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만연해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양한 폭력문제가 만연해 있었음에도 체육계의 부조리한 모습을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원인으로는 체육계의 성적지상주의와 엘리트 선수 위주 육성 및 생활체육의 부재이다. 체육계의 성적지상주의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5.18 민주화 운동을 거쳐서 집권한 제5공화국 정부가 국민들의 관심을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돌려서 반정부적인 움직임이나 정치·사회적 이슈 제기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3S(screen, sports, sex)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스포츠 산업에 엄청난 관심이 몰렸다. 국민과 국가의 기대는 성적(메달)로 갔고 성적을 잘 내면 모든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체육계는 성적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되었고 성적만 잘 내면 모든 것이 용인되는 곳으로 전락했다. 성적지상주의가 만연한 체육계에서 높은 성적만 낼 수 있는 코치라면 폭력은 ‘사랑의 매’로서 묵인되었고, 성적을 내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또한 코치에 눈에 들지 못하면 체육계에서의 성공은 불가능하였기에 부모들은 자식이 맞을 때 아무 말 할 수 없었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17년 경기도의 한 고교 검도부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던 남학생을 죽도로 마구 때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들을 때린 코치가 ‘선수들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는 비율이 높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코치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처벌불원서’를 학교 측에 제출한 사례가 있다. 실제로 그 코치는 감봉 2개월 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심석희 선수를 비롯한 체육계 폭력 사례는 우리 사회에 “사랑의 매”라고 칭해지며 허용되었던 폭력의 문제점을 느끼게 한다. 메달이라는 결과때문에 폭력을 묵인했고,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에 반문하지 않았다. 대중들 또한 올림픽에서 얻은 메달에 열광하지만 메달을 얻은 선수의 감독이 어떻게 코치를 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지 그 결과로써 코치는 유능한 사람으로 판명이 되었고 지도자들은 자신의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엘리트 선수 육성과 생활체육의 부재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선진국들과 다르게 엘리트 선수 위주 육성을 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 위주 육성은 엘리트가 될 학생들을 데리고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인재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서구 국가들은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생활체육을 활성화하여 모든 국민이 체육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고 그중에서 체육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엘리트가 있다면 뽑아서 선수로 출전하는 방식으로 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의 재능을 찾는 학생들은 운동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 육성 방식을 하고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하던 학생들은 운동 아니면 할 것이 없는, 운동만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체육계에서 높은 사람의 부조리한 행동에 묵인할 수 밖에 없는것이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쇼트트랙 같은 경우는 어린아이 때부터 합숙을 하다 보니 심 선수가 묘사한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겪었다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목 불문하고 스포츠계에서 이같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스포츠계의 특성상 폐쇄적이고 상하적인 관계가 있어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발하면 경력을 포기해야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는 예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건이 발생할 때는 어느 정도 대응을 하고 조사를 진행하지만 체육계가 특정 인맥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가벼운 징계를 받고 떠났다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변화를 위한 도약 이에 정부가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지난 1월 25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스포츠 인권침해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할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운영, 체육계 구조개혁을 추진할 ‘스포츠혁신위원회’ 설치, 체육계 비리 관련 법·제도 정비, 국가대표선수 훈련 환경 개선 및 인권 보호 대책 추진, 정부 부처 성폭력 신고시스템 개선 등 크게 다섯 가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성폭력 범죄 등으로 형이 확정될 경우 지도자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하고, 체육 지도자들에게 ‘폭력 예방’ 및 ‘성폭력방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등 선수 보호를 강화하는〈국민체육진흥법〉개정안도 발의됐다. 정부가 하는 변화뿐 아니라 우리도 함께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먼저 국가가 이야기했던 비리근절대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지켜보아야한다. 또한 우리의 생각도 변화해야한다. 앞서 체육계의 성적지상주의가 생긴 원인에는 우리의 열광 또한 한몫을 한다. 금메달을 따면 “국위선양”이라는 명칭이 붙으며 어떻게 이 메달을 따게 됐느냐가 아닌 그냥 “금메달”에 열광했다. 이제는 우리 안에 내제되어있는 성적지상주의를 버리려고 노력하며 체육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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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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